이진희 강남지부(서울) 지부장은 2003년 남편의 해외근무로 인해 이탈리아에 14년 가량을 살다가 2017년도에 완전 귀국했다.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면서 슬로푸드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에도 슬로푸드운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 길로 곧장 우리 협회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후 강남지부(서울) 지부장으로 슬로푸드 활동을 가열 차게 했고, 문화•예술인들을 슬로푸드 운동에 흡수시켜 2019년에는 협회와 함께 해외입양아 음식후원과 슬로푸드 송년음악회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에서 이사, 지부장, 정책위원으로 슬로푸드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Q. 슬로푸드 회원은 어떤 계기로 가입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탈리아에 계실 때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제가 맨 처음 슬로푸드를 알게 된 건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면서부터였어요. 로마에서 100km 정도 떨어져있는 오르비에토라는 중세도시에서 진행된 지역행사에 우연히 참여하면서 알게 되었지요. 그 행사는 새로 나오는 와인과 함께 슬로푸드 정신에 맞는 지역음식을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둘러보다보니 어떤 와이너리 레스토랑에는 달팽이 로고가 붙어있기도 했었어요. 그땐 이탈리아에서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달팽이 표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행사의 취지는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고, 그저 생소하고 신기하기만 했죠.
그날 이후 슬로푸드 이탈리아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 곳곳에 슬로푸드운동이 잘 확산되어 있는 것이 신기했어요. 평소에 텃밭농업과 조리, 그리고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제게는 빠름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뭔지 모를 자부심을 가진 그들의 농업 정책, 또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전통시장과 예술, 문화가 그들의 삶속에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녹아있는 모습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작지만 개성 있는 상점을 추구하고 저마다의 전통과 문화, 예술, 지역음식을 잘 살리는 것. 슬로푸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고 나니 이탈리아에, 사실은 슬로푸드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우연히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가 슬로푸드 토리노국제대회에 참석한다는 이탈리아의 기사를 접하고는, 한국협회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리고 잠시 한국에 들어갈 일이 생겨 곧바로 협회 행사를 찾아갔어요. ‘30인의 밥상’이라는 행사였어요. 그날 슬김종덕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님과 김원일 現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님, 그리고 박진희, 박연희 선생님을 뵀죠. 그 자리에서 김종덕 회장님께서 쓰신 책 『음식시민 음식문맹』 을 구입했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어쨌든 이때를 계기로 매년 두 차례 아이 방학 시즌에 한국에 들어올 때면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에 또 어떤 행사가 있나 하고 기웃거리게 되더라구요. 제 삶의 변화가 시작된 거죠.
이탈리아는 고층 건물, 고층 아파트가 거의 없고, 자연과 조리 문화가 일상에 녹아있어 보통 정원텃밭 생활을 많이 해요. 도심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텃밭생활이 이탈리아에서는 저의 취향을 듬뿍 살려서 손쉽게 할 수 있었죠. 제겐 거의 천국이나 다름없었어요. 로마 VIA ANTICA 카타콤베에 수사님, 신부님들과 함께 그곳에서 텃밭을 일구고, 조리하면서 음식을 나누고, 이탈리아의 사계절 음식을 배울 수 있는 쿠킹클래스에 참여하기도 했었죠. 특히 故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로마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교민만찬을 위한 음식을 맡아 진행했던 기억이 무척 기억에 남아요.
Q. 평소 텃밭농사도 많이 짓고, 조리에도 진심이라고 들어 알고 있는데, 농사와 조리에 대한 지부장님의 철학이나 소신이 궁금합니다.
그 누구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잖아요. 어떤 식재료를 쓸 것인지, 어떻게 조리할 것인지, 음식에 대한 태도는 저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에요. 어릴 적부터 좋은 환경에서 직접 길러진 건강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주신 부모님 덕분에 골고루 잘 먹고 자랐어요. 집 텃밭에는 철마다 다양한 채소와 꽃, 식물들이 많이 자랐고, 사시사철 건강하게 제대로 먹는 법을 교육 받았죠. 또 저는 식재료에 진심이라 좋은 식재료를 직접 찾아나서는 경우도 많답니다. 귀하게 얻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면 행복해요. 그래서 제대로 조리하고 골고루 잘 먹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기본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죠.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서 자연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한 법이에요. 그런 면에서 ‘조리하는 대한민국’을 추구하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가 참 좋고 자랑스럽답니다.
Q. 협회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 가지만 말하기가 힘드네요(웃음). ‘집밥으로 섬기는 리더’들의 모임을 시작했을 때와 한국협회 창립 10주년 기념일 만찬준비 때 많이 보람을 느꼈고요, 김종덕 회장님의 칼럼 1,000회 기념일도 매우 기억에 남아요. 한국협회와의 첫 만남의 날이 아무래도 굉장히 소중하네요.
Q. 앞으로 더 발전시키고 싶은 슬로푸드 지부 활동이 있으신지요?
오랜 꿈이기도 한데요, 서울 도심 속에 씨앗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요. 전국의 슬로푸드 회원님들의 다양한 생산품을 소개하고 조리하고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 슬로푸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도 제공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Q. 협회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거창하거나 요란스럽지 않아도 우리의 삶에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역할을 하는 슬로푸드운동단체가 한국에 있다는 것이 항상 다행이고 자랑스럽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우리가 탄탄히 잘 서있어야 협회가 성장하겠구나 싶고요. 저 역시 더 탄탄하게 서기 위해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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