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김상범 회원님을 지난 2022년 11월 이탈리아문화원 <지중해식 슬로푸드 강의>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회원 가입의 동기가 궁금합니다.
2022년 여수슬로푸드한국축제 행사에 슬로푸드 책자 발행을 위한 사진작업을 위해 제가 있는 레스토랑의 오너이자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에서 활동하고 계신 정희정 대표님과 동행하면서 처음 슬포푸드한국협회분들을 뵈었습니다.
당시 전국의 많은 회원분들이 가져오신 슬로푸드 음식들과 생산자 요리사들의 스토리 하나하나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슬로푸드에 관심이 갔습니다.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슬로푸드운동에 대해 공부하고 있던 중, 정희정 대표님의 추천으로 이태리 행사에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하면서 슬로푸드가 추구하는 방향, 가치를 알게 되었고 제가 셰프로서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다고 생각하여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식재료를 이해하는 것, 맛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이 식재료가 어디서부터 어떤 원리로 생산되었는지, 어떠한 영양분이 있는지, 자연의 어떤 힘으로 길러졌는지는 참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자그마한 야채 하나도 수많은 농부들의 고된 노력이 이뤄낸 성과이며, 그 성과로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서로 즐기며 우리의 일상생활을 보내는 것이죠.
저는 아직 배울게 너무 많은 청년입니다 그 배움을 슬로푸드 안에서 얻어가고 싶습니다.
Q. 셰프라는 무척 매력적인 직업을 가지고 계신데, 어떻게 셰프의 길을 걷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처음 셰프가 되려고 마음 먹었던 이유는 '돈'이었습니다. 어려운 집안환경에 기술을 배워 일찍 사회에 나가 돈을 버는게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기술을 배우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입학한 조리고등학교에서도 이미 출발점이 달랐습니다. 다수의 자격증, 대회 수상 등 조기교육을 받고 온 동급생들과 비교해 한없이 초라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의 변하지 않는 신조가 하나 있는데, '환경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라는 겁니다. 학교가 끝나면 매번 얼마되지 않는 용돈을 가지고 당근과 무를 사서 기숙사 방문을 잠그고 몰래 칼질 연습을 했고, 잠들기 전에는 꼭 요리서적을 읽는 등 동급생들보다 몇 배 끊임없는 노력을 했습니다.
어느 순간, 제 목에는 국내 각종 요리대회의 메달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취업 즈음 꿈에 그리던 미슐랭,파인다이닝의 인턴으로 근무를 할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육수 하나를 얻기 위해 이틀 동안 곰솥을 뜬눈으로 지켜내고 화려한 테크닉을 배우던 그 시간들은 요리를 대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14시간 이상을 온통 땀범벅이 되도록 쉬지도 못하고 일해도, 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비참한 현실은 많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어찌보면 명예롭고 안정된 셰프로서의 첫발이었지만 '화려한 맛을 쫒내기 위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요리가 과연 아름답고 건강한 요리인가?', ‘내가 정말 가야하는 셰프의 길은 무엇이고, 나는 셰프가 되는 것을 원하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고 방황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저는 워킹홀리데이를 갔고,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의 현지 현지레스토랑 근무를 하며 많은 요리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 요리를 하는 이렇게 과정이 즐거울 수 있구나, 내 요리를 먹는 사람들의 표정과 행복에 집중 할 수 있었습니다. 군 복무 또한 아프리카 파병을 지원해 조리병으로 복무하게 되었는데, 매번 좋지 않은 환경에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진 만들어진 요리가 동료들의 하루 피로를 풀게하고, 고향을 그리게 하는 음식이 되는 것을 보면서, '고급요리 미슐랭 파인다이닝의 음식만이 최고가 아닐 수 있겠다, 셰프의 자세가 잘 다려진 셰프복에서만 나오는게 아닐 수 있겠다'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3년이라는 행복한 방황 끝에 한국에 왔을 때 제 마음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 있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기술적으로 접근한 셰프의 길이 누군가에게 하루 짧은 시간 행복을 주는 사람, 음식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멋진 일이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배울게 많은 요리사 지만 조리 능력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제가 셰프로 활동하는 이유이자 목표입니다.
Q. 슬로푸드 회원의 평균연령은 40대 이상으로 다소 높은 편입니다. 현재 20대 청년이신데, 청년이 생각하는 슬로푸드는 어떤 것이고, 앞으로 슬로푸드 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탁위에 놓인 맛있는 음식의 결과만 보고 그 음식을 만드는 식재료들을 얻기위해 발생하는 환경문제, 기후문제 등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건강한 음식은 신선하고 영향의 균형이 맞고, 담음새가 아름다운 음식이지, 내 몸에 건강하면서 이웃에게도 지구에도 건강한 음식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슬로푸드 활동은 협회 회원들 뿐만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먹거리 건강한 식재료를 알리는 세미나, 쿠킹클래스 등 많은 청년들에게 페스이북이나 트위터 등 젊은 청년들이 많이 유입되어있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한다면, 저희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청년들과 수없이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계신 저희 회원분들이 만나 슬로푸드 운동을 알린다면 그 시너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 슬로푸드의 가치가 묻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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