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뉴스레터_슬로푸드 칼럼
- 슬로푸드코리아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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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
김종덕(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
한식은 우리나라 지역에서 생산되거나 조달할 수 있었던 식재료, 그러한 식재료를 이용한 조리, 식사 방법, 음식에 대한 생각, 조상들의 생활과 지혜 등의 산물입니다.
한식은 밥이 중심입니다. 지금 밥은 쌀밥이나 잡곡밥 정도이지만, 쌀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쌀이나 보리 등을 조금 넣고, 고구마나 감자, 무나 콩나물, 해산물(전복, 톳), 묵나물(곤드레) 등을 넣어 밥을 만들었습니다. 밥으로 비빔밥, 볶음밥, 김밥, 누룽지 등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밥과 함께 김치를 먹었습니다. 김치의 주재료는 배추나 무가 기본이었지만,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재료로 김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김치가 있고, 김치를 빼고 우리나라 음식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김치에는 여러 가지 젓갈을 사용했고, 볼락 생선을 넣은 볼락 김치도 담가 먹었습니다. 치아가 좋지 않은 분들을 위해 무를 삶아 숙깍두기를 담그기도 했습니다.
한식에 국, 국물음식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을 대부분의 식재료로 끓여 먹었습니다. 된장 국물에 채소, 해산물을 넣어 국을 많이 끓였지만, 육고기, 생선 등을 이용해서도 국을 많이 끓였고, 채소와 고기를 같이 넣고 끓이기도 했습니다. 국이 변형된 형태로 탕도 자리했고, 선호되었습니다. 많은 식재료를 이용해 탕을 끓여 먹었습니다.
한식에서 채소와 나물도 많이 활용했습니다. 제철 채소를 많이 먹었고, 들과 산의 나물도 많이 먹었습니다. 제철이 아닌 경우 나물을 삶아 묵나물을 만들어 저장해두고, 정월 대보름처럼 제철나물이 나오지 않을 때 먹었습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나물을 많이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식에서 고기는 지금처럼 많이 먹지는 않았습니다. 고기는 생일, 잔치 등 특별한 날에 주로 먹었습니다. 고기를 먹되 특정 부위만 먹는 것이 아니라 소나 돼지, 닭 등의 경우 전 부위를 먹었습니다. 소 내장, 돼지의 피 및 창자, 닭 발등 버리는 것 없이 먹었습니다. 사육 동물의 고기 이외에도 조류, 어류, 곤충 등을 먹었는데, 참새와 같이 작은 새, 멸치와 같이 작은 생선, 번데기, 메뚜기 등도 먹었습니다.
한식에서 콩, 콩류로 된 음식이 매우 많은 편입니다. 콩으로 장을 담가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 먹었고, 콩을 재료로 두부, 비지, 콩기름, 떡, 범벅 등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콩의 원산지였던 것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식의 많은 부분이 발효음식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간장과 된장, 젓갈, 식해, 술, 식초 등은 발효음식의 일부입니다. 조상들은 지혜를 이용해 다양한 발효음식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영양이 향상된 음식,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한식의 이러한 음식 구성과 식사 방식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주변에 있는 식재료를 이용하되, 소중하게 여겼고, 낭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인구는 많은데 부족한 식재료로 감당하기 위해, 또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기 위해 버리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먹었고, 다른 문화권에서 먹지 않는 동물의 특정 부위, 내장 등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리해 먹었고, 사골국처럼 뼈도 우려내어 먹었습니다. 생선 대가리도 어두육미라고 해서 버리지 않고 먹었으며, 곡물 도정의 부산물도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습니다. 저장과 발효를 위해 많은 생선이나 그 부산물을 젓갈로 만들어 먹었습니다. 제한된 량으로 여러 사람이 먹기 위해 양을 늘리었습니다. 밥에 물을 넣어 끓인 밥으로 해서 먹거나 국이나 탕이 그 예입니다. 식재료중 버리는 것 없이 먹었습니다. 혹여 잔반이 생겨도 버리지 않고 돼지나 개, 닭 등에게 먹였습니다. 먹을 것이 항상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음식을 중요하게 여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이를 생활화 했습니다.
근래에 편리성, 가성비 등에 기초한 퓨전음식, 인스탄트 음식, 패스트푸드, 각종 가공음식 소비가 늘어나면서, 한식이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한식이 줄어들고 사라질 때 그 음식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음식문화 그리고 음식에 대한 자부심까지 사라지게 됩니다. 또 한식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존재의 일부인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의 산물인 한식이 사라지지 않도록, 한식을 더 많이 찾고, 지키는데 관심을 기울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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